[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아프리카 남부 구리 생산국 잠비아가 오는 13일 대통령 선거와 총선을 동시에 치른다. 2021년 집권한 하카인데 히칠레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며, 여당이 분열되며 급조된 야권 연합을 이끄는 브라이언 문두빌레 후보가 맞선다.
잠비아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세계 최초로 국가부도를 낸 나라다. 히칠레마 정부는 집권 이후 국제통화기금과 17억달러 규모의 6년짜리 확장신용제도를 체결해 부채 재조정을 추진했고, 이 프로그램은 올해 1월 종료됐다. 대외채무 재조정 대상의 90% 이상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잠비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선택적 채무불이행 상태에서 CCC+로 올렸다. 외환보유액도 약 65억달러까지 쌓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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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지표만 놓고 보면 회복세는 뚜렷하다. 2025년 성장률은 5.2%로 추정되고 올해는 5.8%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반기 구리 생산량이 17.8% 급증한 데다 옥수수 수확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영향이다. 다만 국제통화기금은 선거철 지출이 늘면서 올해 재정흑자 목표치인 국내총생산 대비 3.8%에서 약 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와 관세 행정을 강화해 세원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구리는 잠비아 경제의 뼈대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잠비아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이어 아프리카 2위, 세계 8위 구리 생산국이며 구리가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정부는 연간 생산량을 현재 100만톤 수준에서 3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신규 현지화 규제와 불안정한 전력 공급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85%에 달해 가뭄이 들 때마다 전력난이 되풀이되며, 최근에는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 위한 긴급 수입 비용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선거 제도도 이번 투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헌법 개정으로 국회 의석 구조가 바뀌면서 전체 280석 중 과반인 141석을 확보해야 하는 확대된 의회 지도가 새로 적용된다. 의석이 여러 소수 정당으로 흩어질 경우 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중국은 잠비아의 최대 양자 채권국이다. 국제통화기금 집계로 중국에 진 빚은 약 45억달러로 전체 공공채무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구리 광산과 도로, 발전소, 산업단지 등에 걸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이번 부채 재조정 협상에서도 핵심 변수로 작용했고, 잠비아는 서방과 중국이 함께 참여하는 채무조정 방식의 시험대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목은 선거 이후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선거철 지출과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옥수수 수확량 증가에 따른 정부 매입 부담이 겹치며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세운 목표치 2.1%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민간 유통업체 중심으로 곡물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부의 매입 부담이 생산량 확대와 함께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비아 정부는 연말까지 새로운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investors들은 새 프로그램 체결 여부를 부채 재조정 이후 정책 지속성을 가늠하는 가장 뚜렷한 신호로 보고 있다. 성장률과 신용등급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회복의 성과가, 전력난과 재정 압박이라는 구조적 과제 앞에서 얼마나 단단하게 버틸 수 있을지가 이번 선거 이후 잠비아 경제의 다음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