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포스트=한유리 전문위원] 세네갈이 마키 살 전 대통령의 유엔(UN)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지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살 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던 현 정권이 그를 국가 대표 후보로 밀기로 하면서 극적인 관계 전환이 이뤄졌다.
세네갈 외교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대통령이 살 전 대통령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직을 전폭 지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파예 대통령은 지난 17일 살 전 대통령과 만난 뒤 이런 결정을 내렸다. 살 전 대통령이 2024년 퇴임 후 처음으로 다카르를 찾은 자리였다.
UN 본부
파예 대통령은 정부와 전 세계 세네갈 외교 공관에 살 전 대통령의 후보직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출마가 "아프리카를 위한 세네갈의 후보"라고 규정했다. 개인의 정치가 아니라 대륙 차원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이번 결정은 정책 기조의 큰 변화다. 파예 정부는 그동안 살 전 대통령의 후보직 지지를 미뤄 왔다. 살 전 정권이 집권 말기에 정치적 탄압을 자행하고 핵심 경제지표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각을 세워 온 탓이다. 이 의혹들은 여전히 세네갈 정치의 깊은 분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살 전 대통령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세네갈을 이끌었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뒤를 이으려는 5명의 후보 중 한 명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 끝난다. 살 전 대통령은 올해 초 아프리카연합(AU) 순회의장국인 부룬디의 추천으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화해 무드에도 국내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살 전 대통령의 다카르 방문은 집권 말기에 벌어진 유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비판 세력의 목소리를 다시 불러냈다. 정적을 국가 대표 후보로 세운 파예 대통령의 결정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네갈 외교부는 파예 대통령이 대화와 국가의 연속성, 국익을 중심으로 한 통합에 헌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파예 대통령이 국내 갈등을 뒤로하고 예측을 뒤집은 만큼, 살 전 대통령의 유엔 도전이 193개 회원국 사이에서 얼마나 지지를 얻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