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포스트=황상욱 기자] 중동에서 시작된 에너지 위기가 아프리카 경제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서 원유와 식량을 실어 나르는 뱃길이 흔들린 탓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와 가스의 상당량이 지나는 길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한 뒤 이란은 이 해협의 통행을 사실상 막아 왔다. 6월 17일 이란과 미국이 휴전에 서명했지만 긴장은 가시지 않았다. 7월 들어 해협을 지나던 상선 3척이 공격받았고 국제유가는 한때 급등했다가 배럴당 77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전쟁 이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 충격은 곧바로 아프리카로 옮겨붙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동아프리카의 올해 성장률이 5.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6%에서 눈에 띄게 낮아진 수치다. 중동발 공급망 교란으로 에너지와 수입 비용이 오른 것이 발목을 잡았다. 동아프리카는 대륙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둔화의 무게가 작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 자료사진
명암은 원유를 사느냐 파느냐에서 갈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올해 4.3%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석유 수입국과 수출국의 처지가 엇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는 국제유가를 배럴당 평균 89달러로 가정했다. 이 전제 아래 자원 의존도가 낮은 석유 수입국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더 크게 노출된다. 반면 나이지리아 같은 순수출국은 높은 유가와 그동안의 개혁에 힘입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IMF 설명이다.
지역별 성적표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AfDB에 따르면 서아프리카는 농업 생산과 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4.7%의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고유가가 이어지는 중앙아프리카는 3.6%에서 3.8%로 성장률이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남부아프리카는 광업과 농업 부진, 에너지 비용 상승이 겹치며 2.1%의 낮은 성장에 머물 것으로 관측됐다. 북아프리카는 걸프 지역의 관광 수요 위축 등으로 4.0% 성장이 예상됐다.
세계은행의 진단은 좀 더 무겁다. 세계은행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성장률을 4.1%로 보면서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췄다. 중동 분쟁의 여파와 높은 부채 상환 부담, 구조적 취약성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성장 부진이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낮은 투자와 약한 생산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결국 호르무즈에서 벌어진 사태는 아프리카 각국의 재정과 물가로 번지는 모습이다. 유가 향방과 휴전의 지속 여부에 따라 대륙의 성장 경로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들은 아프리카가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개발 재원 조달 방식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