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 관세 7월24일 만료 앞두고 301조로 대체
한국, 생산과잉·강제노동 두 조사 모두 포함
[넥스트포스트=황상욱 기자] 미국의 관세 정책이 또 한 번 전환점을 맞는다. 지난 2월 대법원이 위헌으로 판단한 관세를 대신해 도입된 무역법 122조 10% 일괄 관세가 오는 24일 시한을 맞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무역법 301조를 앞세운 새로운 관세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진행 중인 두 갈래 301조 조사에 모두 이름을 올려, 어느 쪽이 먼저 결론 나든 추가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USTR.gov
발단은 지난 2월 20일 나온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6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백악관은 대체 수단으로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었다. 이 조항은 국제수지 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최대 15%까지, 150일 한도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당일 포고령을 통해 거의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했고, 이 조치는 2월 24일부터 발효됐다. 122조는 의회가 별도로 연장하지 않는 한 15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 그 시점이 7월 24일이다.
법적 근거는 이미 한 차례 더 흔들렸다. 지난 5월 7일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2대 1 판결로 122조 관세 역시 대통령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제 대상은 소송을 제기한 워싱턴주와 수입업체 두 곳으로 한정됐고, 정부가 항소하면서 나머지 수입업체에 대한 관세 징수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122조 만료에 대비해 지난 3월부터 두 갈래 301조 조사를 진행해왔다. 하나는 중국, 유럽연합, 일본, 인도, 베트남, 한국 등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생산과잉 조사다. 철강,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등 7개 업종에서 각국의 보조금과 국영금융 지원이 세계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게 미국 측 논리다.
다른 하나는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강제노동 관련 조사다. 지난 6월 2일 무역대표부는 조사 대상 60개국 모두에 대해 조치 가능 판정을 내렸다. 캐나다, 에콰도르, 유럽연합, 인도네시아, 멕시코, 파키스탄 등 6개국은 금지 규정은 있으나 집행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10% 관세가,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46개국은 금지 규정 자체가 없다는 이유로 12.5% 관세가 제안됐다. 서면 의견 접수는 지난 6일 마감됐고, 공청회는 7일 워싱턴 국제무역위원회 청사에서 시작됐다.
브라질은 별도의 301조 절차를 밟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지난 6월 1일 브라질의 디지털 무역·전자결제, 불공정 관세, 반부패 집행, 지식재산권 보호, 에탄올 시장 접근, 불법 삼림 벌채 등 6개 영역이 미국 통상에 부담을 준다고 판정하고 25% 관세를 제안했다.
서면 의견은 7월 1일 마감됐고, 공청회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워싱턴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열렸다. 법상 무역대표부는 7월 15일까지 최종 대응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한편 미중 양국은 지난해 11월 합의에 따라 상호 관세 완화 조치를 올해 11월 10일까지 연장해둔 상태다.
한국은 생산과잉 조사 대상 16개국과 강제노동 조사 대상 46개국(12.5% 관세군) 명단에 동시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 처지가 다르다. 무역대표부는 122조가 실효되는 7월 24일 이전에 301조 관세를 확정해 공백 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법원의 잇단 제동에도 관세라는 정책 수단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근거 조항만 바뀌어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