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포스트=한유리 전문위원] 케냐가 매년 7월 7일 치르는 반정부 기념 시위 '사바사바'를 올해는 큰 인명 피해 없이 넘겼다. 지난해 최소 31명에서 많게는 43명까지 목숨을 잃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나이로비 지역 경찰청장 이사 모하무드는 7일 저녁 브리핑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은 팡가니 지역 6명, 센트럴 경찰서 관할 4명 등 모두 10명에 그쳤다. 그는 도심 상점의 80%가 정상 영업을 이어갔고 약탈 신고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케냐 경찰이 2025년 7월 7일 나이로비 캉게미 지역에서 '사바사바 국민 행진'으로 불린 반정부 시위 도중 봉쇄된 도로를 정리하고 있다./로이터
사바사바는 1990년 7월 7일 다니엘 아랍 모이 전 대통령의 일당독재에 맞서 다당제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시위를 기리는 날이다. 스와힐리어로 '일곱-일곱'을 뜻하며 올해로 36주년을 맞았다.
케냐에서는 해마다 이날을 전후해 정부 책임을 묻는 시위가 반복돼 왔다. 특히 최근 2년은 2024년 세금 법안 반대 시위 이후 청년층이 주도하는 반정부 운동이 이어지면서 인권단체 추산 25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상태였다. 지난해 사바사바에서만 최소 31명이 숨졌고 이후 케냐국가인권위원회 집계로 사망자는 40명 안팎까지 늘었다. 12세 소녀가 집 안에서 유탄에 맞아 숨진 사례가 알려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올해 상황이 달라진 배경에는 경찰의 사전 대응이 있다. 국가경찰청은 시위 전날인 6일 나이로비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7일 새벽부터 키암부 로드가 전면 통제됐고 티카 로드, 조고 로드, 몸바사 로드, 와이야키 웨이, 랑가타 로드 등 주요 간선도로에서 우회 조치가 이뤄졌다. 도심 중심업무지구로 향하는 차량과 마타투(승합 대중교통)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평일임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나이로비에서 수십 명이 체포됐고 검문소로 인해 도심 활동이 마비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시위를 조직한 시민단체 연합은 지반제 가든스에서 의회까지 1000명에서 3000명 규모 행진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정식 신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결국 의회로 향하던 활동가 다수가 대통령궁 인근에서 저지당했다.
케냐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캡처./자료화면
지방 도시의 온도차도 뚜렷했다. 몸바사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직접 호위하며 행진이 평화롭게 마무리됐고, 몸바사 부관구청장은 주민들이 법을 지키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나이로비에서는 사복 경찰이 활동가를 차량에 태워 연행하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강경 대응 논란도 함께 나왔다. 야당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는 애초 카무쿤지 경기장에서 기념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해당 구역을 봉쇄하자 일정을 취소하고 별도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정부는 올해 대응을 사실상 성공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정부 대변인 아이작 므와우라는 7일이 '평범한 근무일'이었다고 말했다.
케냐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프란시스 아톨리도 거리 시위 대신 선거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위를 조직한 단체들이 내건 요구, 즉 초법적 살해와 강제실종에 대한 독립적 진상규명,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자 처벌은 하나도 관철되지 못했다.
사회정의센터워킹그룹 등 인권단체는 이번 행진을 실종·사망 피해 가족을 기억하고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자리로 규정했던 만큼, 침묵 속에 지나간 하루가 근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냐의 반정부 시위 동력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다음 정치적 계기가 언제 다시 거리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