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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3.5%로 올려라"...미국 요구에 일본도 흔들리나

박해도 전문위원 | 입력 : 2026-05-31 10:45

[넥스트포스트=박해도 전문위원] 미국이 동맹국에 방위비 증액을 다시 요구하면서 일본의 안보 문서 개정 논의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31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 연설에서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3.5%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 그는 국방비 증액을 약속한 한국을 두고 "한국이 보여준 실용주의와 지도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의 국방비 부담 분담 요구에 응하지 않는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대해서는 관계 재검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그가 "회의는 필요 없다. 더 많은 함선과 잠수함을"이라며 군비 증강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요구는 일본의 '3대 안보 문서' 개정 논의와 맞물려 있다. 일본은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을 연내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당정 조율에 들어갔다. 자민당은 정부 제안에 방위비 증액 목표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아 당내 논의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헤그세스 장관과의 개별 회담 뒤 미국 측에서 방위비 관련 언급은 있었지만, 특정 금액이나 결론을 전제로 한 논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구체적 수치를 들어 일본에 증액을 압박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다만 방위비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질문에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도 요미우리에 "미국이 요구하기 때문에 방위비를 증액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부담은 커지는 분위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군비 증강 등 태평양 지역 안보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요구가 일본을 포함한 각국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관여 의지를 확인하려는 일본 측 발언도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헤그세스 장관에게 미국의 관여가 흔들림 없다는 자신의 이해가 맞는지 물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 방위 전략의 기둥 중 하나가 인도·태평양에서의 중국 억지라며 이 지역에서 등을 돌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본의 방위비는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26회계연도 방위비 관련 예산은 총 10조6000억 엔 규모다. 원화로는 약 98조 원이다. 이는 2022회계연도 국내총생산 대비 약 1.9% 수준이다. 일본은 2025회계연도에 추가경정예산을 활용해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2%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했다.

자민당은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해 추가 증액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달 열린 자민당 안보조사회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과 한국, 호주 등의 방위비 책정을 근거로 증액 규모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문제는 재원이다. 일본이 방위비를 더 늘리려면 주변국의 반발과 일본 내 비판 여론을 넘어야 한다. 세금 부담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자민당은 증세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납세자인 국민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 때문에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nextpost01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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