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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우드의 거목' 올루 제이콥스 별세...향년 84세

이종균 기자 | 입력 : 2026-09-17 13:26

[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나이지리아 영화산업 '놀리우드'를 대표해 온 원로 배우 올루 제이콥스가 84세로 별세했다.

제이콥스의 가족은 그가 지난 16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유족은 성명을 통해 "잘 살았고 끝까지 싸운 삶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인 '라이언 오브 루포도' 올루도툰 바이예우 제이콥스의 별세를 알린다"고 전했다.
(가운데)올루 제이콥스/위키미디어
(가운데)올루 제이콥스/위키미디어
1942년 태어난 제이콥스는 약 60년에 걸쳐 연극과 텔레비전, 영화에서 활동했다. 나이지리아 배우들이 주로 자국 내에서 경력을 쌓던 시기에 영국에서 전문 연기교육을 받고 국제무대에 진출한 선구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영국 왕립연극학교에서 수학한 뒤 영국 극단과 방송계에서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영국 국립극장 무대에 섰고 드라마 '더 벤처러스', '에인절스' 등에 출연했다. 1980년 개봉한 영화 '더 도그스 오브 워'를 비롯한 국제 작품에서도 연기했다.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뒤 나이지리아로 돌아온 그는 성장 초기의 놀리우드에 전문적인 연기 경험을 더했다. 왕과 정치인, 기업인, 가장 등 권위와 내면의 갈등을 함께 보여주는 인물을 주로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절제된 연기는 수많은 나이지리아 영화에서 중심을 잡았다. 상업영화가 빠르게 제작되던 시기에도 인물의 감정과 대사의 리듬을 세밀하게 다듬으며 후배 배우들에게 연기의 기준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오가니그웨', '이사카바', '더 로열 히비스커스 호텔' 등이 꼽힌다. 장르와 제작 환경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나이지리아 영화가 아프리카 각국과 해외 관객에게 알려지는 과정을 함께했다.

제이콥스는 2007년 아프리카영화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오랜 연기 활동과 영화산업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2011년 그에게 연방공화국 훈장을 수여했다.

배우 조크 실바와의 결혼생활도 나이지리아 문화계에서 널리 알려졌다. 두 사람은 배우로 활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루포도 아카데미 오브 퍼포밍 아트를 함께 운영하며 연기자와 공연예술인을 양성했다.

아내 실바는 영화와 연극에서 독자적인 경력을 쌓은 배우다. 두 사람은 작품 활동과 교육을 병행하며 놀리우드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힘썼다. 제이콥스에게 붙은 '라이언 오브 루포도'라는 별칭도 이들이 세운 루포도 그룹과 그의 영화계 위상을 함께 상징한다.

제이콥스는 말년에 건강 문제로 공식 활동을 줄였다. 실바는 과거 남편이 루이소체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가족은 그가 투병하는 동안 사생활을 존중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그의 별세는 배우 한 사람의 죽음을 넘어 놀리우드 초기 세대의 퇴장을 의미한다. 제이콥스가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나이지리아 영화는 지금과 같은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 그는 연극과 방송, 비디오 영화, 극장용 영화로 제작 환경이 변하는 동안 현장을 지켰다.

나이지리아 영화계는 이제 세계적인 스트리밍 플랫폼과 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층을 넓히고 있다. 그 토대에는 오랜 기간 현장을 지키며 연기와 교육을 이어간 배우들이 있었다. 제이콥스가 남긴 작품과 후배 배우들은 놀리우드가 성장해 온 역사를 보여주는 유산으로 남게 됐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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