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포스트=박해도 전문위원]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역사를 아프리카의 시선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식민지 지배와 노예무역 중심으로 다뤄졌던 기존 서술을 넘어 과학과 지식, 정치·문화·평화에 기여한 아프리카의 역할을 폭넓게 보여주는 자리다.
유네스코는 17일부터 22일까지 파리 본부에서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의 문화유산 및 인류 발전에 대한 역사적 기여’ 전시를 개최한다. 개막 행사는 17일 오후 6시 유네스코 본부 세귀르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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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유네스코가 추진해 온 ‘아프리카 통사’ 연구 성과를 토대로 구성됐다. 아프리카 통사는 대륙의 역사를 외부 관찰자의 시각이 아니라 아프리카인과 현지 연구자의 관점에서 정리하기 위해 시작된 학술·출판 사업이다.
전시의 출발점은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이다. 이후 아프리카가 과학과 지식, 문명 발전에 기여한 과정과 대륙 내부의 정치·경제·문화적 변화를 시대별로 살펴본다.
노예무역이 아프리카와 세계에 남긴 상처, 이에 맞선 저항과 디아스포라 형성 과정도 주요 주제로 다뤄진다. 아프리카계 공동체가 이주한 지역에서 만들어낸 정치·문화적 성과를 아프리카 역사의 연장선에서 설명한다.
팀북투의 학문 전통과 악숨·그레이트 짐바브웨 문명, 아이티 혁명, 범아프리카 회의 등이 전시 여정을 구성한다. 아프리카 독립운동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투쟁, 공동체와 연대를 강조하는 ‘우분투’ 철학도 소개된다.
관람객은 사진과 역사 문서, 지도, 출판물, 도상자료, 영상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을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과 세계 각지의 디아스포라를 분리하지 않고 투쟁과 지식, 문화적 성취가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아프리카 역사를 세계사의 주변부가 아닌 인류 문명의 핵심 축으로 되돌려놓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식민지 시대에 형성된 기록과 관점은 아프리카 사회를 수동적인 대상으로 묘사하거나 유럽인의 도착 이후에야 역사가 시작된 것처럼 다루기도 했다.
유네스코의 아프리카 통사는 이러한 한계를 바로잡기 위해 고고학과 언어학, 구전자료, 문헌 연구 등을 결합했다. 최근 발간된 9∼11권은 현대 아프리카와 디아스포라의 경험까지 범위를 넓히고 대륙의 역사를 인류 전체의 변화 속에 배치한다.
역사와 기억이 오늘의 평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논의한다. 유네스코는 사실에 기초한 역사 이해가 과거의 유산을 둘러싼 갈등을 대화와 화해로 바꾸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인 21일에는 역사 연구와 평화 문화의 관계를 다루는 고위급 행사도 열린다. 이번 행사는 10월 22∼23일 앙골라에서 열리는 ‘제4회 루안다 비엔날레-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범아프리카 포럼’을 앞두고 마련됐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누가, 어떤 관점에서 기록할 것인가는 교육과 문화 정체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아프리카의 과거를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륙과 디아스포라가 현재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