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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그래미 ‘아프리카 허브’ 유치 속도...음악산업 중심지 노린다

이종균 기자 | 입력 : 2026-09-15 13:37

[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아프리카 내 거점 설립을 추진하면서 케냐가 대륙 음악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레코딩 아카데미 관계자들은 최근 케냐 나이로비를 방문해 윌리엄 루토 대통령을 만나 아프리카 음악산업의 글로벌 진출과 창작경제 육성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pexels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pexels
방문단에는 파노스 파나이 레코딩 아카데미 회장과 마누엘 아부드 라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현지 음악인과 미디어 관계자, 케냐 정부 인사들을 만나 아프리카 음악산업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파나이 회장은 케냐가 아프리카 거점 설립을 위해 필요한 주요 단계를 밟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프리카 음악산업을 글로벌 시장과 연결하는 작업은 한 번의 행사나 거점 개설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반 구축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프리카 내 본부 또는 거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케냐를 비롯해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유치 후보로 거론된다. 세 나라는 모두 음악과 영화, 공연 등 비교적 큰 규모의 창작산업을 갖추고 있어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케냐 정부는 아프리카 음악 거점 유치를 위해 390만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그래미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반 제작 스튜디오와 글로벌 레이블, 스트리밍 플랫폼, 투자자를 나이로비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루토 대통령은 이번 사업이 케냐의 창작경제를 예술가에게 실질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로비를 아프리카 음악 제작과 유통, 투자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프리카 음악은 최근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성장한 아프로비츠는 글로벌 음원 순위와 주요 음악축제에서 존재감을 키웠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된 아마피아노도 세계적인 댄스 음악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래미 어워즈는 2024년 ‘최우수 아프리카 음악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하며 아프리카 음악을 독립된 시상 분야로 편입했다. 아프리카 출신 음악인을 단순히 월드뮤직의 한 갈래로 분류하던 데서 벗어나 대륙의 다양한 음악 장르와 창작자를 별도로 조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미국 국무부와 함께 아메리칸 뮤직 멘토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음악산업 종사자들을 미국의 전문가와 연결해 음반 제작과 유통, 저작권, 공연 기획 등 글로벌 음악산업의 실무를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케냐는 2년 연속 이 프로그램의 참여국으로 선정됐다. 새로운 케냐 참가자들은 올해 가을 미국을 방문해 현지 음악 관계자들과 교류하고 국제 음악 비즈니스에 관한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케냐가 유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동아프리카 시장의 관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이로비에는 방송사와 광고회사, 디지털 콘텐츠 기업이 밀집해 있고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기반으로 동아프리카 여러 국가의 문화 콘텐츠가 교류되고 있다.

반면 나이지리아는 아프로비츠를 앞세워 이미 세계적인 음악인을 다수 배출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공연장과 음반 제작시설 등 상대적으로 탄탄한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케냐로서는 정부의 지원과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국과 차별화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아부드 최고경영자는 아프리카 음악산업의 성장을 라틴 음악시장의 발전 과정과 비교했다. 라틴 레코딩 아카데미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와 시상 체계를 구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아프리카에서도 음악인과 제작자, 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 거점이 설립되면 현지 음악인들이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으로 참여할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미 수상자를 회원 투표로 선정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아프리카 음악인의 참여 확대는 대륙 음악에 대한 평가와 대표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냐의 유치 추진은 아프리카 음악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창작자가 음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종 유치국이 결정되기까지 경쟁은 이어지겠지만 이번 논의를 계기로 아프리카 음악시장을 향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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