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소말리아 남서부 바이도아에서 무력 충돌이 다시 발생해 주민 1만4000명 이상이 집을 떠났다. 분쟁과 가뭄을 피해 모여든 피란민이 50만명을 넘는 도시에서 새로운 주민 이동까지 발생하면서 식량과 식수, 임시거처를 둘러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가 13일 공개한 긴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바이도아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로 1만4000명 이상이 피란했다. 교전은 소말리아 연방정부군과 옛 남서부주 정부를 지지하는 무장 세력 사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총격과 폭발이 주거지역까지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어린이와 생활용품을 챙겨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 피란해 바이도아에 머물던 국내 실향민도 다시 거처를 옮겨야 했다. 한 차례 피란을 겪은 주민들이 또다시 이동하는 '반복 피란'이 발생한 것이다.
소말리아 국방부는 압디아지즈 하산 모하메드 라프타가린 전 남서부주 대통령을 따르는 세력이 정부군을 공격하면서 교전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알샤바브 대원들도 공격에 가담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내용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도아의 베이 지역병원은 지난 3일 충돌 이후 여성 15명을 포함한 부상자 71명을 치료했다. 민간인 1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으나 전체 사상자와 재산 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투는 당일 오후 잦아들었지만 추가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은 이어졌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번 충돌이 바이도아 주민과 기존 국내 실향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식량과 깨끗한 물, 위생시설, 긴급 대피소, 생필품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 보호와 정신건강 지원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바이도아는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서쪽으로 약 245㎞ 떨어진 남서부 지역의 중심 도시다. 오랜 내전과 알샤바브의 공격, 반복되는 가뭄을 피해 이동한 주민 50만명 이상이 바이도아와 주변 정착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상당수는 국제기구와 구호단체가 제공하는 식량과 식수, 의료 서비스에 의존한다.
새로운 피란민이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한정된 구호물자와 기반시설에 대한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피란 가정이 머물 임시거처가 부족하면 야외나 과밀한 시설에서 생활해야 한다. 식수와 위생시설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경우 수인성 질병이 퍼질 위험도 커진다.
의료체계의 대응 여력도 넉넉하지 않다. 베이 지역병원은 앞선 충돌로 부상자가 몰렸을 때 병상이 부족해 임시 천막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력 충돌이 반복되면 외상 환자 치료뿐 아니라 임산부와 영유아, 만성질환자에게 필요한 기본 의료서비스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소말리아 연방정부와 남서부주 정치세력 사이의 권력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라프타가린 전 대통령은 2018년부터 남서부주를 이끌었으나 선거와 권력 이양 문제를 둘러싸고 연방정부와 대립했다. 연방정부군이 지난 3월 바이도아를 장악한 뒤 라프타가린은 사임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무장 세력과 정부군의 충돌은 계속됐다.
지난달 바이도아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도 민간인 4명이 숨지고 98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교전이 발생하면서 정치적 대립이 주민들의 안전과 생계를 위협하는 인도주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도아는 소말리아 남서부 구호 활동의 거점이기도 하다. 치안이 악화돼 도로가 차단되거나 구호 인력의 이동이 제한되면 도시 밖 피란민 정착촌까지 물자를 공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유엔과 구호단체들은 피란민의 규모와 이동 경로, 긴급 지원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추가 교전이 발생하면 피란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력 충돌을 멈추기 위한 정치적 협의와 함께 이미 집을 떠난 주민에게 안전한 거처와 기본 생활물자를 제공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